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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는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다.
‘립 서비스’라는 갈비 전문점인데 이삼십대 젊은 층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인테리어에 최대한 신경을 쓰고 가격을 낮춘 중저가 고기집이다.
오픈한 지는 2년 쯤 됐고 테이블 수는 40개 정도 된다.
사장님이 운영 중인 다섯 개 점포 중에서 규모는 제일 큰데 비해 순이익이 낮아서 고민이 많다.
무엇보다 사장이 골치를 겪고 있는 것은 직원들 간의 사이가 나쁘다는 것이다.
건물 한 층을 다 쓰는 만큼 직원 수 또한 많은데, 홀파와 주방파가 갈려서 신경전이 한창인 상황이다.
규모가 큰 식당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서빙을 담당하는 홀파는 점장을 중심으로 뭉쳤고 주방파는 주방장인 부장으로 뭉쳐있다.
나는 그들과 각각 다른 점포에서 한 번씩 일을 해본 경험이 있었는데 나와의 관계는 좋은 편이었다.
사장은 그 둘의 중재를 위해서 나를 이곳으로 보낸 것이다.
지금 시간은 오후 5시.
4시30분부터 5시50분까지가 브레이크 타임이니 할일 없는 홀 식구들은 한창 늘어져 있을 때고, 주방 쪽은 한창 재료 준비를 위해 분주할 시간이었다.
그만큼 분쟁이 제일 많이 일어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가게 안에서는 웬만하면 말 걸지 마라.”
2층에 있는 가게 계단을 올라가기에 앞서 나는 미리 감성대에게 주의를 줬다.
귀신과 같이 다니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녀석이 말을 걸면 나도 모르게 대답을 할 수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옛썰.]
말년 병장처럼 건성으로 거수경례를 한 녀석이 오른 손을 내밀며 덧붙인다.
[아, 형님. 씹창 가져가셔야죠.]
“여기서 그게 뭔 필요가 있냐?”
[같이 일하는 여직원들 있을 거 아니에요. 걔네들이랑도 섹스 하셔야죠.]
“…….”
쇼킹.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일하던 곳과는 달리 립 서비스엔 여자 알바가 많다.
일단 주방 이모들은 제외하고, 오늘이 토요일이니 주말알바까지 합치면 타깃으로 삼을 만한 여자는 대략 예닐곱 명.
나는 감성대를 향해 왼손을 뻗었다.
씹창이 내 손으로 스며들어온다.
***
“어서오….. 어? 너 왜 나왔어?”
자동문이 열리고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카운터에 있던 점장이었다.
나이는 마흔 둘, 나와 같은 와인삼겹살 집 초창기 멤버이며 다섯 개 점포 전체를 통틀어 직급순위 No.3에 올라있는 김명준 점장이다.
“형님 보고 싶어서 왔죠.”
“새꺄 형님이 뭐야, 형님이.”
“에이, 쉬는 날이니까 그냥 형님 할래요. 일 할 때만 점장님.”
“씹새. 이사는 잘 했고?”
“이제 막 짐정리 끝내고 나오는 길이에요. 뭐 좀 사러 나왔다가 잠깐 들렀어요.”
“집들이는 언제 할 거야.”
“푸후후, 집들이는 무슨 집들이에요. 네 명 들어오면 꽉 찰 정도로 좁아요. 그냥 오늘 일 끝나고 한 잔 살게요.”
“오~ 회식?”
“뭐 그것도 괜찮고요. 그럼 주방식구들도 같이 해요.”
“야 그냥 우리끼리 먹지?”
“어유, 그러지 좀 마요. 저 여기 온지 한 달이나 됐는데 다 같이 술 한 잔 한적 없잖아요.”
“김 부장 새끼 불편해서 그러지. 그거 꼭 사람만 모여 있으면 나한테 야지 준단 말이야. 둘이 있을 땐 한마디도 못하면서.”
“그러니까 오늘 아예 자리 깔고 속 시원하게 풉시다. 다 큰 남자들이 무슨 초딩처럼 싸워요.”
“나랑 걔는 그냥 안 맞아.”
그때 온돌방으로 된 A홀에서 쉬고 있던 홀 직원들이 좀비처럼 어기적어기적 기어 나왔다.
이 시간에 있는 사람들은 남자 셋에 여자 하나, 모두들 20대 중후반의 정직원들이다.
주간 알바들은 진작 퇴근했고 야간 알바생들은 6시부터 출근을 한다.
“누가 거하게 쏜다는 얘기가 들린 거 같은데.”
“저도 들었어요.”
“나도.”
남자 직원 세 명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곳에 온지 한 달 조금 안 됐는데 정직원들과는 일이 끝나면 종종 술자리를 가지는 편이다.
한 사람만 빼고.
“승희씨는 오늘 시간 괜찮아요?”
나는 방구석에 앉아 스마트 폰을 보고 있는 홀의 홍일점 직원 오승희를 향해 물었다.
그녀와는 첫 날에 딱 한번 술자리를 했었는데 예의상 30분 정도 앉아 있다가 먼저 일어섰던 기억이 난다.
나이는 스물일곱. 취업준비를 하면서 계속 알바로 일을 하다가 두 달 전부터는 아예 정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점장이 자리를 비울 경우에는 카운터를 맡을 만큼 손님들에게는 굉장히 싹싹하고 일도 잘하는데 직원들과의 유대감은 별로인 것 같다.
여자로서도 눈에 띄는 외모가 아니었다.
항상 색조 없는 기본화장에 옷차림은 수수한 편.
뒤로 질끈 묶은 머리, 스키니 바지에 편한 운동화, 맨투맨 무지 티셔츠, 점퍼 조합을 선호하는데 그날이 그날인 것처럼 비슷한 스타일이다.
“와, 과장님 여자한테만 묻는 거 봐. 저희한테는 왜 안 물어봐요?”
“너희들은 오지 말래도 올 거잖아. 승희씨 오늘은 한잔 하고 가요.”
오승희는 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웃음기는 없지만 무표정보다는 조금 밝은 얼굴로.
좋다는 건지, 아니면 오라고 하니까 억지로 와서 그때처럼 잠깐 있다 가려는 생각인건지, 그 표정이 참 애매했다.
[음, 호기심 돋게 하는 스타일인데요? 이런 여자들이 겉보기와는 다르게 성욕이 어마어마하거든요.]
내내 내 등 뒤에서 떠다니고 있던 감성대가 오승희에게 날아가 얼굴 정면을 기웃거리며 말했다.
개새끼가 말 걸지 말라니까.
[형님, 이 여자 씹창 한번 발동 시켜 봐요.]
나는 녀석의 말을 무시하고 바에서 반찬을 세팅하고 있는 이모님들과 인사를 나눈 뒤 1주방 쪽으로 갔다.
립 서비스의 서열 2위이자 주방장인 김유신 부장과 주방직원 한 명이 양념갈비를 재우고 있는 중이었다.
점장이 나이에 비해 철이 없고 가벼운 스타일이라면, 김 부장은 말수가 적고 부드럽지만 조금은 소심한 성향이다.
그래서 둘이 안 맞는 것일 수도 있다.
“어이고 부장님, 고생하십니다~”
“어? 쉬는 날 아니야? 이사한다며.”
“대충 끝내고 들렀어요. 집이 좁아서 집들이는 못하고 끝나고 밖에서 한잔 살까 하는데 주방식구들 시간 어떤지 한번 물어봐 주세요.”
“그래? 아마 아줌마들은 안 갈 거고, 나머지 애들은 내가 책임지고 끌고 갈게.”
“이모들은 왜요?”
“집에 가서 애들이랑 남편 챙겨야지. 물어는 볼 텐데 아마 안 가실 거야.”
“그럼 별수 없고요. 이따 뵙겠습니다. 고생하십쇼.”
“그래~”
그렇게 김 부장에게 시선을 향한 채 주방을 벗어나려던 나는 코너 반대편에서 오던 사람을 미처 보지 못하고 몸을 부딪쳤다.
“에헤이, 우리 과장님 주방에 꿀을 발라놓으셨나, 앞 좀 보고 다니셔.”
“아, 이모 쏘리요.”
주방에서 건넨 반찬을 세팅해서 홀로 내주는 역할을 맡은 경자이모였다.
립 서비스의 오픈 멤버이자 점장 쪽에 붙은 홀파이다.
주방과 홀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인 만큼 주방과 홀 양쪽에 큰 영향력을 과시하며 ‘점장VS부장’과 함께 ‘경자이모VS주방 덕선이모’의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젊은 남자직원들과는 허물없이 지내는 편이지만 여자에 대한 호불호가 강해서 경자이모에게 찍힌 여자 알바생들이 눈물을 훔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여자 알바생들의 군기반장.
근데, 젠장.
경자이모와 부딪치면서 살이 닿았는지 굳이 보고 싶지 않았던 경자이모의 씹창이 떠버렸다.
————————————–
-이름 : 김경자
-나이 : 45
-나에 대한 호감도 : A
-성욕 : C
-성 개방지수 : D
-성 판타지 : 연애시절 남편과 자주 즐기던 카섹스
-핀 포인트 : 유두, 등허리 전반
————————————–
70대 노인의 불알로 뺨이라도 맞은 것처럼 치명적인 불쾌감이 밀려오며 비위가 확 틀린다.
핀 포인트 밑으로는 차마 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얼른 시선을 돌려버렸다.
“낮에 그리 바쁘지도 않았는데 과장님이 없으니까 홀이 안 돌아가.”
나에 대한 호감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경자이모는 나를 유독 이뻐라 한다.
남편 젊었을 때랑 닮았다나 뭐라나.
가끔 통화하는 것을 들어보면 금슬이 좋은 것 같다.
“내가 여기서 2년 넘게 일했는데 우리 성 과장님만큼 일 잘하는 사람을 못 봤어.”
“이모 때문이라도 쉬면 안 되겠네요.”
“이따가 술 한 잔 한다며?”
“예, 이모도 와요.”
“에이, 젊은 사람들 노는데 늙은이가 가서 뭐하나, 분위기만 깨지.”
“전체 회식이니까 꼭 와요.”
“됐어, 다음에. 작은애 생일이라서 일찍 가봐야 돼.”
“그럼 다음에 꼭 한 잔 살 수 있는 영광을 주십시오.”
경자이모는 젊은 사람이 참 사회생활 잘해, 라는 뜻의 미소를 지으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근처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나는 감성대에게 복화술로 물었다.
“야, 씹창은 살만 닿으면 무조건 뜨는 거냐? 안 보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 남자들 꺼도 별로 보기 싫고.”
[안 뜨게 설정할 수도 있어요.]
“어떻게.”
[그냥 그 사람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뜨지 마라, 하면 돼요. 한 번 설정해 놓으면 다음 설정 시까지 그대로 유지되고요.]
“다행이네.”
[그쵸. 저도 처음에는 저희 엄마 꺼 보고 식겁했었어요. 엄마한테 그런 성향이 있는 줄은 몰랐거든요. 저희 엄마가 글쎄……]
“닥쳐. 니네 어머니 성적취향을 내가 왜 알아야 되는데.”
[알아둬서 나쁠 건 없잖아요. 저희 엄마 아직 오십도 안 됐어요.]
“이거 완전 돌은 새끼네.”
[또 한 가지 꿀팁을 드리자면 한번 입력된 사람 거는 언제든지 다시 열람할 수 있어요. 마음속으로 그 사람을 떠올리면서 켜져라, 하면 돼요.]
나는 부동산 아줌마를 떠올리며 켜져라,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러자 강희연의 프로필이 얼굴 앞에 떴다.
그것을 보자 또 주책없이 발기가 되려 했기에 곧장 꺼버렸다.
[근데 형님, 승희라는 여자도 한 번 보면 안 돼요? 저 그 여자 진짜 궁금한데.]
난 안 궁금한데.
내 스타일이 아니거든.
그래도 여체에 대한 원초적인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오승희가 있는 A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과연 저 조용하고 순진해 보이는 여자의 취향은 어떨까.
근데 생각해보면 씹창의 발동조건이라는 게 은근히 까다롭다.
방금 경자이모의 경우처럼 일을 하다보면 의도치 않게 몸이 스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게 또 의식적으로 만지려고 하면 참 애매한 것이다.
웬만한 신체부위는 다 옷으로 가려져 있고, 얼굴을 만질 수도 없고, 그나마 드러나 있는 손이나 팔을 만져야 하는데 직장동료 사이에 손을 잡기도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해서 은근슬쩍 만지려고 하면 괜히 음흉한 사람으로 비쳐 질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의 내가 음흉한 마음을 품고 있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숟가락 가져가요!”
주방에서 홀쪽 바를 향해 숟가락과 젓가락이 담긴 바구니를 들이밀었다.
설거지가 끝난 것들인데 홀 직원들이 그것을 마른 수건으로 닦아 테이블에 세팅한다.
오, 저거다.
바구니에 담긴 식기류를 집다보면 본의 아니게 서로의 손이 마주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잠깐, 지금까지 그런 경우가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 일단 빌미라도 만들어보려는 마음에 바람막이 점퍼를 벗고 소매를 걷어 올렸다.
내가 바구니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을 본 직원 한 놈이 부랴부랴 뛰어나온다.
“과장님 그냥 두세요. 저희가 할 게요.”
“심심한데 같이 하지 뭐.”
나는 먼저 자리를 잡고 오승희의 동선을 주목했다.
바에서 수건을 꺼내온 그녀가 내 대각선 맞은편에 앉았다.
자, 이제 판은 깔렸으니 자연스럽게 손만 닿으면 된다.
“내가 세팅할 테니까 닦아서 줘.”
나는 일부러 경력이 가장 낮은 사람이 하는 테이블 세팅을 자처했다. 다 닦아진 식기류를 테이블마다 꽂아 넣는 역할이다.
꿀꺽.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리냐.
계속 타이밍을 재던 나는 오승희가 나에게 세 번째 숟가락을 건네는 순간, 그녀의 손가락 끝마디를 살짝 감싸 쥐었다.
쒰다뿌레, 성공이다.
오승희의 얼굴 옆으로 씹창이 떴다.
떨리는 마음으로 슬쩍 눈치를 봤는데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아하는 얼굴이다.
이렇게 쉬운 걸 괜히 쫄았네.
나는 수건에 싸인 숟젓가락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도 없는 A홀로 들어간 뒤 오승희의 얼굴을 떠올리며 켜져라, 하고 속으로 읊조린다.
얼쑤, 내 얼굴 앞으로 오승희의 씹창이 옮겨져 왔다.
음, 뜨긴 떴는데……. 와, 이거 뭐지?
< 립서비스(Rib survice)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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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했잖아 난 싼마이가 좋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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