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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저 여자랑 하고 싶죠? 제가 하게 해줄까요?]
“뭐, 뭘?”
[뭐긴 뭐에요 섹스죠. 형님 지금 발기했잖아요.]
나는 어릴 적부터 귀신을 자주 봐왔다.
하지만 34년간을 살아본 결과, 귀신들은 그저 뜬금없이 나타나서 놀라게 할 뿐이지 딱히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귀신에도 종류가 많아서 가끔 구걸하는 노숙자마냥 은근슬쩍 다가와 귀찮게 하는 놈들도 있다.
대부분이 자기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달라거나 누군가에게 복수를 해달라는 식의 염치없는 부탁으로 장전된 놈들이다. 못 들은 척 무시하면 알아서 다른 곳으로 간다.
하지만 지금 나타난 파자마 차림의 20대 남자귀신 놈은 내가 차마 무시할 수 없게 만드는 마법 같은 단어로 나를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형님, 형님 해가면서.
[맞죠? 섹스 하고 싶죠?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색기 넘치는 공인중개사 아줌마랑 살을 맞대고 싶잖아요. 야동이나 성인만화에서처럼. 제가 그걸 하게 해준다고요. 이곳에서 당장.]
만난 지 10분도 안 되는 여자랑 섹스를 하게 해준다고?
귀신과 연관돼서 좋을 것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시발, 고추달린 남자라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물 수밖에 없는 떡밥이 아닌가.
녀석의 말마따나, 부동산 아줌마가 묘하게 색스러운 것이 아까부터 내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고 있었다.
검은 색 브래지어가 비치는 블라우스와 베이지색 슬랙스, 신발은 굽이 조금 있는 여성용 슬리퍼를 신었는데, 슬리퍼 앞으로 살짝 튀어나온 살색스타킹에 감싸인 발가락이 나의 페티쉬적 욕구를 끌어낸 것이다.
거기에 빨간색 페디큐어라니, 완전한 취향저격이다.
나이는 서른 후반에서 마흔 초쯤으로 보인다.
누군가의 어머니와 직장여성의 중간영역에 걸쳐있는 억척스러워 보이면서도 실무적인 눈매, 적당히 군살이 붙어 오히려 손에 닿을 것처럼 현실적인 몸매 또한 내 마음을 끌었다.
현재의 상황 또한 한 몫 작용한다.
집을 알아보러 다니는 남자 고객, 그리고 그를 안내하는 중년의 여성 공인중개사, 야동에서 한 번쯤은 접해본 조합 아닌가.
텅 빈 집의 고오한 분위기와, 소변이 급했는지 들어오자마자 화장실로 들어가 버린 그녀의 무신경한 행동은 나의 몹쓸 상상력을 자아내고 있었다.
“하고 싶기는 하지…….”
나는 조용히 베란다로 나가 문을 닫고 생면부지의 귀신에게 속삭이며 대꾸했다.
귀신은 이미 내가 발기중인 것도 알고 있고 아줌마에게 성적욕망을 품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녀석이 베란다 창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자신만만하게 대답한다.
[그래요,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개새끼야, 니가 해준다고?”
[아, 지금까지 뭔 소릴 들으신 거 에요. 저 여자랑 형님이랑 하게 해드린 다니까요.]
나는 녀석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분명 그에 대한 조건이 있을 것이다.
사람 새끼든 귀신 새끼든 대가 없이 선의를 베풀 리는 없으니까.
“그래서 니가 원하는 게 뭔데?”
[원하는 거 없어요. 그저 순수한 마음에서 형님의 욕구를 해소시켜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너 이 개새끼, 혹시 총각귀신이냐? 생전에 한 번도 못해보고 뒤져서 대리만족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귀신 새끼들한테는 절대 존댓말을 쓰면 안 되고 일부러라도 거칠게 나가야 한다.
그래야 얕잡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총각귀신 아니에요. 암튼 할 거에요, 안 할거 에요?]
“혹시 내 몸에 빙의되거나 그런 거야?”
[그런 거 아닙니다. 그저 제가 가진 신비한 능력을 형님한테 전해주는 것뿐이에요.]
신비한 능력이라.
내 몸을 빌리게 아니라면 뭐.
나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녀석이 던진 떡밥을 물었다.
“콜.”
그러자 녀석이 나를 향해 오른쪽 손바닥을 내밀었다.
[자, 저랑 손바닥을 마주하면 제 능력이 형님한테 잠시 넘어갈 거 에요.]
“미리 경고하는데 너 이 새끼, 혹시라도 장난질하는 거면 당장 천도제 지낼 줄 알아. 우리 엄마 계원 중에 유명한 만신 아줌마 있다.”
[알았으니까 어서 손이나 대세요. 변기 물 내리는 소리 들립니다.]
이미 섹스라는 말에 정신이 홀린 나는 녀석이 내민 손바닥과 내 손바닥을 마주했다.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지만 녀석의 손에서 나온 푸른빛이 내 손으로 스며들어가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보였다.
“이게 끝이야? 뭐가 어떻게 되는 건데?”
[이제 여자의 몸을 터치하면 능력이 발동 될 겁니다. 맨살 대 맨살로요.]
“미친놈아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무슨 수로 만져.”
[거참 사람이 왜 이렇게 유도리가 없어요. 명함을 받는 척 하면서 살짝 만져도 되고 손에 뭐 묻었다고 하면서 털어줘도 되잖아요. 제가 떠먹여 주는 것도 모자라서 턱까지 아래위로 움직여줘야 됩니까.]
씨벌, 살다 살다 귀신한테 면박을 받을 줄이야.
그때 화장실에서 세면대 물 트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부동산 아줌마가 손에 묻은 물기를 휴지로 닦아내며 나왔다.
근데 이 아줌마도 참, 털털한 건지 개념이 없는 건지 남자 고객이랑 단 둘이 집 보러 와놓고서는 오자마자 화장실이라니.
내 스타일이다.
“저한테 뭐라고 하셨어요?”
내가 귀신과 속삭이는 것을 들었는지 그녀가 싱긋 웃으며 묻는다.
나는 베란다에서 나오며 대충 둘러댔다.
“아, 아뇨. 친구한테 전화가 와서 통화 좀 했어요.”
“어때요? 직접 와서 보니까 집 괜찮죠?”
“예, 마음에 들어요.”
귀신만 없다면.
“여기가 원래 이 가격에 나올만한 곳이 아니에요. 근방에 있는 비슷한 조건의 방보다 20만원이나 싸요.”
“예. 저도 알아보고 왔죠.”
“아 맞다, 어플 보고 오셨다고 했지.”
대화를 하고는 있지만 그녀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미 내 마음에는 음란마귀가 들어차 있으니까.
맨살을 만지라고 했지.
나는 녀석이 알려준 방식대로 그녀에게 물었다.
“죄송한데 혹시 명함 있으세요?”
“아, 잠시 만요.”
귀신 새끼가 굉장히 흡족한 낯으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그녀가 핸드폰 케이스를 열어 공인중개사 명함 한 장을 건넨다.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손가락을 살짝 만지며 명함을 받았다.
자, 니 말대로 만졌다.
이제 어떻게 되……. 어라?
여자의 관자놀이 옆으로 홀로그램으로 된 문자창이 생겨났다.
RPG게임의 캐릭터 정보창 비스무리한 그런 것이다.
그것을 본 귀신이 말했다.
[제 능력인 ‘섹스 스캔창’입니다. 줄여서 씹창(Fuck screen)이라고도 하지요. 성교를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다 나와 있으니까 빨리 숙지하세요.]
————————————–
-이름 : 강희연
-나이 : 41
-나에 대한 호감도 : B
-성욕 : A
-성 개방지수 : A
-성 판타지 : 집 보러 온 고객과 빈집에서 섹스해보기
-핀 포인트 : 목덜미, 발목
-공략 Tip : 일단 음경달린 남자라면 다 받아들일 정도로 육욕에 물이 올라있는 상태다. 전 남편의 권위주의와 무뚝뚝함을 견디지 못하고 이혼을 했다. 그 때문에 요즘은 다정다감하고 세심한 남자한테 끌린다. 이혼녀라는 꼬리표 때문에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 ‘나에 대한 호감도’는 나쁘지 않지만 지금 당장 옷고름을 풀어헤치기에는 모자란 수치다. 상냥한 말투와 웃는 얼굴로 패션에 대해 칭찬해서 나에 대한 호감도를 A급으로 끌어올려보자.
-추천 멘트 : “단발머리가 진짜 잘 어울리세요.”
————————————–
이, 이거 진짜 개꿀팁이다.
SEX 스캔창이라는 그 이름이 무색치 않을 정도의 알차고 고급진 정보였다.
나는 눈알만 살짝 돌려 강희연의 뒤에 둥둥 떠 있는 귀신을 쳐다봤다.
녀석이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보인다.
세상에 이런 은혜로운 귀신이 다 있나. 아니, 귀신이 아니라 천사인가?
나도 코를 긁는 척하며 엄지손가락을 슬쩍 들어 화답했다.
100m 달리기를 막 마친 것 마냥 심장이 쿵쾅거린다.
내가 씹창을 빠르게 읽어 내려가는 가운데 귀신님이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성욕이 매우 왕성하고 섹스에 대한 의식 또한 프랑스나 네덜란드 여성 수준으로 개방적이에요. 핀 포인트라는 건 제일 예민한 성감대를 가리켜요. 현재 형님에 대한 호감도가 좋은 편이라서 연락처만 주고받으면 빠른 시일 안에 성교를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형님이 원하는 건 지금 여기서 하는 거잖아요?]
나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 이 새끼야!
[긍정적인 건 저 여자가 꿈꾸는 성적 판타지도 바로 그거라는 겁니다. 업무 중에 빈집에서 고객과 섹스하기. 자, 이제 타이밍을 봐서 추천 멘트를 던져 봐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죠?]
내가 씹창―거 이름 한번 천박하네―에 시선이 팔려있는 것을 본 강희연이 왠지 불안한 기색으로 뒤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왜, 왜요? 뭐 있어요?”
“아, 아뇨. 단발머리가 진짜 잘 어울리셔서요.”
“예……? 저요?”
“여기 사장님 말고 누구 있나요, 하하.”
그녀의 얼굴이 마치 사춘기 소녀처럼 눈에 띄게 붉어졌다.
그 순간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 <나에 대한 호감도가 B에서 A로 한 단계 격상했습니다.> 라는 여자 음성이 흘러나왔다.
진짜 먹힌 거냐.
이런 뜬금없는 멘트가 진짜 먹힌 거냐고!
여자마음을 훔치는 게 이렇게 쉬웠단 말인가.
<호감도 업 보상으로 공략 팁과 추천 멘트가 추가로 지급됩니다.>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또 하나의 씹창이 추가됐다.
—————————-
공략 Tip : 6초 이내에 강희연의 왼쪽 발목을 터치하라.
추천 멘트 : “잠깐만 그대로 계세요. 발에 벌레 붙었어요.”
—————————-
뭔가에 홀린 듯이, 나는 씹창에 적혀있는 그대로 일단 내뱉었다.
“자, 잠깐 그대로 계세요. 발에 벌레 붙었어요.”
깜짝 놀란 강희연이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린다.
“빠, 빨리 떼어주세요. 빨리요.”
그와 동시에 그녀의 왼쪽 발목 부분에서 홀로그램으로 된 빨간 손바닥 커서가 떠올랐고 6초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6, 5, 4…….
이거 무슨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데?
동급생이라든지 뭐 그런 거.
<발목을 부드럽게 감싸 쥐며 “벌레가 아니라 낙엽이었네요”라고 말을 해서 강희연을 안심시키십시오.>
나는 지시에 따라 허리를 숙여 그녀의 왼쪽 발목을 살짝 감싸 쥐며 그대로 따라했다.
“아, 벌레가 아니라 낙엽이었네요.”
그 순간 강희연의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미묘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
이, 이거!?
그 묘한 신음소리에 나의 고추가 풀발기로 반응했다. 이렇게 딱딱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
그 다음부터는 씹창이 아닌, 나의 동물적인 본능이 주도하기 시작했다.
나는 발목을 쥐었던 손을 그대로 위로 올려 바짓단 속으로 밀어 넣었다.
스타킹으로 감싸인 종아리의 감촉을 느끼고, 다시 밑으로 내려 핀 포인트인 발목을 살짝 간지럼 태운다.
그것은 내 스스로가 두려움을 느낄 정도의 대담한 행위였다.
여자의 신음소리가 이렇게 위험한 겁니다, 여러분.
슈발, 근데 이러다가 성추행으로 신고당하면 어쩌…….
“아…… 좋아…….”
좋단다.
그녀의 몸이 눈에 보일 정도로 부르르 떨렸다.
곧추세워진 무릎에 이어 발뒤꿈치가 들리고 스타킹에 감싸인 탐스러운 발가락이 슬리퍼 앞코로 튀어나오며 구부러졌다.
나는 내친 김에 벌떡 일어서서 그녀의 또 다른 핀 포인트인 목덜미에 입술을 살짝 갖다 댔다. 과일향의 샴푸냄새가 확 풍겨져 왔다.
강희연의 입에서 연신 아, 좋아, 계속, 이라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이윽고 그녀의 손이 내 바지지퍼를 찾기 시작했고, 나는 목덜미를 계속 탐욕스럽게 핥아대며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그렇게, 지난 34년 동안 그 어떤 지랄발광을 해도 좀처럼 경험할 수 없었던, 내 생애 첫 원나잇이 시작됐다.
< 섹스하게 해 줄게요 > 끝
ⓒ burn7
< 관음증이죠. 그것도 중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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